토미에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기억을 억눌러온 한 젊은 여성이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 과거를 되찾으려 한다. 최면 치료를 받을 때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이름을 반복하는데, 그 이름은 바로 ‘토미에’이다. 그녀 자신도 왜 그 이름을 아는지, 그 이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불안과 혼란에 빠져든다.

한편 잔혹한 연쇄살인이 연이어 발생하고 형사는 사건을 수사하던 중 동일한 이름을 목격하게 된다. 피해자들과 단서들이 점점 하나로 연결되면서, 형사는 여성이 겪는 기억 속 사건과 살인 사건 사이의 닿을 듯 말 듯한 관련성을 의심하게 된다. 조사와 회상은 서로를 비추며 진실에 가까워지기도, 더 깊은 미로로 끌려가기도 한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불편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한 이름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집착과 파멸로 끌어들이는 미스터리를 서늘하게 그려낸다. 토미에라는 존재는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기억과 욕망, 폭력성을 증폭시키는 촉매처럼 작용하여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파괴한다.

이 작품은 기억과 정체성, 집단적 광기라는 주제를 어둡고 은유적으로 탐구하며 관객에게 쉽사리 해석되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결말에 닿을수록 진실은 또 다른 의문을 낳고, 관객은 무엇이 실재인지, 무엇이 망상인지 끝없이 질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