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1967년 영화 카멜롯은 아서 왕이 세운 이상향과 그 속에 깃든 인간적 갈등을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왕과 기사들이 꿈꾸던 평화로운 왕국은 외형적으로는 찬란하지만 내부에는 사랑과 권력에 얽힌 균열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카멜롯이라는 이름이 지닌 낭만과 영광은 화면 곳곳의 화려한 미장센과 음악을 통해 강렬하게 전달된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사생아인 모르드레드의 야망과 음모가 왕좌를 위협하고, 귄비어와 랜슬롯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원탁의 명예와 연대를 갉아먹는다. 부정과 배신, 충성심의 갈림이 연속되면서 이상사회였던 카멜롯은 내부로부터 무너져가고, 인간적 약점들이 비극적 결말을 향해 사건들을 몰아간다.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나 정치극을 넘어서 이상과 현실, 사랑과 책임의 충돌을 묵직하게 성찰하게 한다. 화려한 의상과 음악적 장치들이 감정의 격랑을 증폭시키며, 결국 카멜롯의 몰락은 관객에게 이상향을 지키려는 노력과 그 대가에 대해 묻는다. 남는 것은 상실과 아쉬움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추구했던 숭고한 이상에 대한 여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