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나의 밤

퇴락한 성직자 신분에서 벗어난 전(前) 성공회 사제 로렌스 섀넌은 멕시코 해안을 따라 중년의 침례교 여성들을 버스로 안내하는 임무를 맡는다. 도덕적 타락과 개인적 실패에 시달리는 그는 겉으로는 침착하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향한 심판과 고뇌를 느낀다. 해안의 쓸쓸한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며, 그는 과거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여행 도중 머물게 된 허름한 호텔에는 각기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모여든다. 강인하지만 상처받은 주인, 고독한 유랑 예술가, 그리고 지역 주민들까지 서로 다른 욕망과 연민이 충돌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때로는 유머가, 때로는 비극이 얽히며 인물들은 서로를 시험하고 위로한다. 섀넌은 타인과의 갈등과 교감을 통해 자신이 도망쳐온 진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이 작품은 실패와 구원, 연민과 파멸이 공존하는 인간 드라마다. 해변의 열기와 낙후된 공간은 등장인물들의 내적 혼란을 반영하고,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결국 섀넌과 주변 인물들은 서로의 상처를 통해 인간성의 복잡함과 삶의 가능성을 마주하고, 관객은 그 과정을 통해 연민과 이해의 의미를 성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