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평생 모은 돈을 쏟아부어 새 아파트에 들어가지만, 기대와는 달리 집의 벽은 소름 끼치는 소리들로 가득하다. 밤마다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발소리, 엿듣는 듯한 속삭임, 이유를 알 수 없는 저음의 굉음이 그의 일상을 잠식하고, 이웃들은 냉담하고 적대적으로만 보인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복도와 계단 사이로 점점 불안이 스며들고, 그는 안전하다는 감각을 잃어가며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다.
그의 의심은 단순한 이웃 갈등을 넘어 오래된 비밀과 맞닿아 있다. 건물의 역사, 감춰진 빈 방들, 그리고 주민들이 묵묵히 지키려는 금지된 기억들이 한 겹씩 드러나면서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다. 벽 너머의 소리를 좇는 여정은 도시 주거의 불안과 개인의 한계에 대한 냉정한 탐구가 되고, 관객은 끝까지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판단하기 힘든 긴장감 속으로 끌려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