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 Wallet

콜드 월렛(2025)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뿌리내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과정을 날카롭게 그려낸 스릴러다. 한때 같은 게시판을 오가며 소통하던 레딧 사용자들이 암호화폐 사기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자, 그 상실감은 분노와 복수심으로 바뀐다. 화면은 화려한 투자 성공 스크린샷과 허술한 신뢰의 균열을 교차시키며 디지털 시대의 불안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들은 자신들을 파산으로 몰아넣은 금융 인플루언서를 납치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계획이 단순한 복수극으로 시작되지만, 실행 과정에서 각자의 비밀과 약점이 드러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간다. 익명성 뒤에 숨은 인간들의 불안과 탐욕,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마주하는 도덕적 딜레마가 날카롭게 충돌한다.

영화는 범죄 스릴러의 긴장감과 사회 풍자의 요소를 절묘하게 버무린다. 온라인에서의 작은 행동 하나가 실제 인생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 파괴에 대한 응징이 결국 누군가의 삶을 더 망가뜨릴 수 있음을 무겁게 성찰한다. 카메라는 디지털 화면, 채팅창, 그리고 어두운 비밀스러운 모임을 교차시키며 관객을 숨 막히는 긴장으로 이끈다.

콜드 월렛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신뢰 구조와 책임의 문제를 묻는 작품이다.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선택은 끝내 예측 불가능한 결말로 향하고, 관객은 디지털 혁명이 남긴 상처와 그로 인한 인간적 파국을 묵직하게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