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영국 해안. 냉혹한 독일 스파이 헨리 파버, 별명 ‘바늘’은 노르트스코틀랜드의 황량한 스톰 섬에 몸을 숨긴다. 그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디데이)에 관한 치명적인 정보를 쥐고 있고, 이를 알아채고 추적하는 MI5 요원들의 맹렬한 추격을 받는다. 외딴 등대와 바다의 광활함 속에서 파버의 무자비한 계산과 섬 주민들의 소박한 일상이 충돌하며 불길한 긴장감이 고조된다.

작은 공동체의 고요함은 배신과 욕망, 도덕적 갈등으로 금세 균열난다. 파버는 신중하게 관계를 조작하고 한 여인과의 가까움은 그의 임무와 인간적 약점 사이의 미세한 경계를 드러낸다. 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진실은 서서히 드러나고 평범한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대가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숨막히는 분위기와 예측불허의 결말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전쟁 속 개인의 윤리와 생존 본능을 날카롭게 비춘다.